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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과 모형

생명의 역사는 사다리보다 가지에 가깝다

달라졌다는 말은 더 나아졌다는 말일까?

Biz2Lab 지식 에세이

이야기의 길 따라 7개의 장면

사람을 맨 끝에 세운 그림

허리를 굽힌 유인원이 한 줄로 걸어가다가 마지막에 곧게 선 사람이 되는 그림은 기억하기 쉽다. 앞에서 뒤로 이동하기만 하면 생명의 역사를 다 본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줄에서 뒤에 있는 동물이 더 훌륭하다는 뜻까지 따라온다. 그 그림에 현재 살아 있는 침팬지를 넣으면, 침팬지는 인간이 되기 직전에 멈춘 생물처럼 보인다.

계통을 읽는 방법은 다르다. 오늘의 인간과 침팬지는 각각 이어져 온 계통의 끝에 있으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공통조상을 만난다. 한쪽이 다른 쪽으로 바뀌어야 하는 순서가 아니다. UC 버클리 고생물학박물관의 계통 안내 (새 창)는 생명의 변화와 공통조상을 함께 설명한다. 줄을 가지로 바꾸는 순간, 질문도 “누가 더 앞섰는가”에서 “어디까지 역사를 공유하는가”로 달라진다.

이 차이는 단순한 그림 취향이 아니다. 사다리에서는 위아래가 중요하고, 계통에서는 갈라지는 지점이 중요하다. 같은 자료를 놓고도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가 달라진다. 인간을 꼭대기에 놓겠다고 먼저 정하면, 나머지 생물의 삶은 인간에게 이르는 예고편으로 축소된다.

1859년의 책에 그려진 갈림길

다윈의 『종의 기원』 초판 4장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계통이 갈라지고 일부는 끊기는 도식이 있다. 그는 같은 장에서 생물들의 관계를 나무에 빗댔다. 1859년 초판 원문 (새 창)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 그림은 오늘날의 완성된 진화계통수가 아니다. 분기와 멸종으로 여러 생물이 묶이는 까닭을 설명하기 위한 모형이다.

나무에서 가까운 두 잔가지는 오랫동안 같은 줄기를 공유한다. 멀리 떨어진 잔가지도 더 아래에서 연결된다. 끊어진 가지는 후손이 지금까지 남지 않은 계통에 해당한다. 현재의 다양성은 살아남은 끝부분만 보여 준다. 따라서 지금 보이는 생물 몇 종을 이어 붙이면 과거의 모든 중간 단계를 복원할 수 있다는 생각도 조심해야 한다.

간단한 가지 그림에 현재의 종 A, B, C를 적는다고 해 보자. A와 B가 먼저 같은 잔가지에서 갈라지고, 그 아래에서 C의 계통과 연결된다면, A와 B는 C와 비교할 때 더 최근의 공통조상을 공유한다. 종의 이름을 종이의 왼쪽과 오른쪽에서 바꾸어 놓아도 연결 관계가 같으면 이 해석은 바뀌지 않는다. 그림의 오른쪽 끝이 높은 자리라는 인상과 실제 계통의 정보가 다른 까닭이다. 반대로 선을 지워 A와 B를 차례로 세우면 갈라진 지점의 정보가 없어진다. 이는 실제 세 종의 계통을 주장하는 예가 아니라, 가지 모형에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 책을 한 사람이 아무 근거 없이 세상을 뒤집은 이야기로 읽으면 내용 자체를 놓친다. 다윈은 서론에서 자연선택에 관해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와 앞선 공동 발표를 언급한다. 표본을 모으는 사람들, 사육과 재배의 기록, 지질학의 긴 시간도 설명을 떠받쳤다. 새 이론의 이름은 짧지만 그 이론을 시험할 자료의 경로는 길다.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가지와 나란한 현재의 가지 끝을 보여 주는 계통 개념도
사다리가 아닌 갈림길

공통조상에서 여러 계통이 갈라지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가지 끝의 위치는 우열을 뜻하지 않으며 특정 종의 실제 계통도나 분기 연대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Biz2Lab 편집 개념도 · 원자료의 이미지나 실측 데이터 복제 아님

관련 근거: 다윈, 『종의 기원』 초판, 1859 (새 창)

선택하는 누군가가 없는 선택

자연선택이라는 말에는 누군가 후보를 골라 주는 장면이 숨어들기 쉽다. 실제 설명에는 미래를 알고 설계하는 심판이 필요하지 않다. 개체들 사이에 차이가 있고, 그 차이의 일부가 후손에게 전해지며, 어떤 환경에서 후손을 남기는 정도에 차이가 생기면 세대를 거쳐 집단의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버클리의 자연선택 설명 (새 창)은 이 조건들을 연결해 보여 준다.

버클리의 벌레와 포식자 교육 예에서 바닥의 조건을 바꾸어 보자. 밝은 바닥에서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의 벌레가 살고, 새가 눈에 잘 띄는 벌레를 더 자주 잡아먹는다고 가정한다. 몸 색의 차이가 유전되고 다른 조건이 같다면, 밝은 색 계통이 다음 세대에 더 많이 남을 수 있다. 바닥이 어두워지면 유리한 색도 바뀔 수 있다. 이 예는 실제 특정 종의 연구 결과를 옮긴 것이 아니라,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구조를 설명하는 생각 실험이다.

여기서 밝은 색은 영원히 우수한 형질이 아니다. 유리함은 포식자, 바닥, 번식 방식과 연결된다. 또한 개체가 필요를 느껴 유전되는 색을 스스로 바꾸었다는 설명도 나오지 않는다. 변이가 생기는 과정과 그 변이의 빈도가 바뀌는 과정을 나누어야, “살아남으려 애썼으니 진화했다”는 이야기를 피할 수 있다.

같은 몸색 차이라도 다음 세대에 어떤 비율로 전달되는지는 별도의 유전 문제다. 완두콩 교배의 확률을 알면 유전되는 차이와 그 차이가 특정 환경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나누어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증거가 만나는 자리

공통조상은 닮았다는 인상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비슷한 생활 조건 때문에 서로 먼 계통의 구조가 비슷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석이 어느 지층에서 나오는지, 구조의 어떤 특징을 공유하는지, 유전 자료가 어떤 관계를 지지하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스미스소니언의 인간 진화 증거 안내 (새 창)는 화석, 도구와 발자국 같은 행동 흔적, 유전 자료, 연대 측정의 역할을 따로 제시한다.

이 자료들은 같은 질문에 같은 방식으로 답하지 않는다. 뼈의 형태는 몸의 구조를 보여 주지만 당시의 모든 행동을 기록하지 않는다. 도구는 어떤 작업이 가능했음을 보여 줄 수 있어도 제작자의 생각을 그대로 보존하지 않는다. 유전적 관계를 알아도 특정 개체의 하루를 복원할 수는 없다. 서로 다른 빈칸을 가진 증거가 맞물릴 때 설명의 힘이 커진다.

유전 자료를 DNA 서열과 발현의 설명으로 나누어 읽는 것도 이 구분에 도움이 된다. 계통의 관계를 지지하는 서열 정보가 곧 특정 개체의 모든 생활 조건을 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남은 빈칸을 원하는 이야기로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화석이 어느 갈래에 속하는지 바뀌는 일과, 생물이 오랜 시간 변하고 공통조상을 공유한다는 설명 전체가 무너지는 일은 규모가 다르다. 계통도의 한 연결을 수정할 때에는 무엇이 새 자료와 맞지 않았는지 말해야 한다. 모든 불확실성을 하나로 뭉뚱그리면, 잘 아는 부분과 아직 모르는 부분이 함께 사라진다.

더 복잡해진 생물이 더 높은 생물일까

진화를 진보와 같은 말로 쓰면 평가 기준이 숨어 버린다. 몸집, 신경계, 번식 속도, 특정 환경에서의 생존 가운데 무엇을 더 좋다고 부르는가. 한 기준에서는 이득인 특징이 다른 기준에서는 비용이 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복잡성만 세면 작고 단순해 보이는 생물이 유지해 온 삶의 방식은 설명에서 빠진다.

자연선택은 진화에서 중요한 과정이지만, 진화적 변화를 설명하는 과정이 전부 같은 뜻은 아니다. 이 글은 개체군의 모든 변화나 종분화의 상세한 조건을 다루지는 않는다. 특히 자연에서 번식에 차이가 생긴다는 설명으로 사회의 약자를 방치해야 한다는 결론을 끌어낼 수 없다. 관측한 사실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으로 넘어가려면 별도의 가치 판단이 필요하다.

누군가 질병, 빈곤, 경쟁을 “자연의 법칙”으로 정당화할 때에는 두 질문을 나누어 볼 수 있다. 실제로 어떤 생물학적 과정이 확인되었는가. 그리고 그 과정이 왜 인간 사회의 의무를 정해야 하는가. 첫 질문에 답했다고 두 번째 질문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생물학을 존중하려면 생물학이 답하지 않은 문제까지 그 이름으로 덮지 않아야 한다.

가지 끝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일

계통도에서는 현재 살아 있는 생물들이 모두 현재의 끝에 있다. 그래서 다른 생물을 덜 완성된 자신으로 볼 이유가 줄어든다. 오래 공유한 구조와 각자 달라진 조건을 함께 묻게 된다. 인간의 능력도 갑자기 역사 밖에서 나타난 목록이 아니라, 다른 생물들과 이어지고 갈라져 온 과정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 관점은 인간의 존엄을 낮추라는 명령이 아니다. 인간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모든 생물을 일렬로 세울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다. 관계를 밝히는 계통도와 가치를 정하는 윤리의 역할은 다르다. 생명의 역사에서 인간의 자리를 찾는 작업은 끝까지 함께 살아갈 방법을 대신 결정해 주지 않는다.

다음에 진화 그림을 만나면 끝에 누구를 세웠는지보다 갈림길이 어떻게 표시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시간이 어디로 흐르는지, 살아 있는 종을 조상으로 착각하게 만들지는 않는지, 멸종한 가지를 지웠는지 묻는 것만으로도 그림은 달리 읽힌다. 한 줄의 행렬이 감춘 관계를 가지 사이에서 찾아낼 수 있다.

직접 들여다볼 원자료

아래 자료의 근거를 연결해 구성한 에세이입니다. 자료에서 확인한 사실과, 이를 오늘의 질문에 연결하는 원고의 해석을 구분해 읽어 주세요.

  1. 다윈, 『종의 기원』 초판, 1859 (새 창)

    4장의 분기 도식과 나무 비유, 서론의 월리스 언급을 확인한 역사적 원자료.

  2. UC 버클리 고생물학박물관, 생명의 역사와 계통 (새 창)

    시간에 따른 변화와 공통조상을 구분하는 공식 교육 자료.

  3. UC 버클리 고생물학박물관, 자연선택 (새 창)

    변이, 유전, 차등 번식의 조건을 설명하는 공식 교육 자료.

  4.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인간 진화의 증거 (새 창)

    화석·행동 흔적·유전·연대 측정이라는 서로 다른 증거의 범위를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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