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원인을 알면 책임의 방향도 달라진다
병의 원인을 설명하는 방식은 누구를 탓하는가?
Biz2Lab 지식 에세이
이야기의 길 따라 7개의 장면
같은 병원에 있던 두 병동
병원이라는 장소는 치료를 위한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병의 원인을 옮길 수도 있다면,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19세기 빈의 산과 병동에서 이그나츠 제멜바이스가 마주한 문제는 이 불편한 가능성이었다.
1847년 그는 의사와 의학생이 담당하는 병동에서 출산한 여성들의 산욕열 사망이 조산사가 담당하는 병동보다 많다는 차이에 주목했다. 의학생들은 해부를 한 뒤 산모를 진찰하기도 했다. 제멜바이스는 그 과정에서 무엇인가가 옮겨진다고 추론했고, 염소 처리한 석회수로 손을 씻는 절차를 도입한 뒤 사망이 줄어드는 것을 관찰했다. 이것은 당시의 역사적 절차이며 오늘의 의료 행동 지침은 아니다. 당시 그는 원인 미생물을 확인하지 못했다. 원인에 관한 오늘의 지식과 그가 당시 확보한 관측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병동 관찰의 역사적 설명 (새 창)
이 사례를 성공한 천재와 어리석은 동료들의 대립으로만 읽으면 관찰의 핵심을 놓친다. 설명이 향한 곳은 환자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가 아니라 병동에서 반복되는 업무였다. 두 집단 사이의 차이를 찾고, 자신들이 하는 일을 원인 후보에 포함했다. 환자를 돕고 있다는 의도만으로 진료 과정의 영향을 지울 수 없었다.
원인을 모를 때 생기는 빈자리
눈에 보이는 고통과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 사이에는 설명이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 사람들은 악취, 주변 환경, 접촉, 체질 등 서로 다른 단서를 연결해 왔다. 악취가 나는 곳과 질병이 함께 나타나는 관찰 자체는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다. 다만 함께 나타난다는 사실만으로 악취가 질병을 일으키는 기제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다.
가상의 두 골목을 생각해 보자. 한 골목에는 악취와 오염된 물이 함께 있고, 다른 골목에는 둘 다 없다. 첫 골목에서 아픈 사람이 많다는 결과만으로 냄새와 물 중 무엇이 영향을 주었는지 가를 수 없다. 이 예는 특정 역사적 조사나 환자의 사례를 재현한 것이 아니다. 관찰에서 원인으로 넘어갈 때 빠져 있는 비교를 드러내기 위한 예다.
원인 설명이 바뀌면 같은 사람도 다르게 보인다. 병을 개인의 결함으로 설명하면 관심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데 쏠리기 쉽다. 옮겨지는 원인과 반복되는 절차를 조사하면 작업 방식, 시설, 자원의 배치도 살펴야 한다. 여기서 책임은 곧바로 누군가를 처벌한다는 뜻보다, 결과를 바꿀 수 있는 과정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 뜻에 가깝다.
공기는 들어오되 먼지는 닿지 않도록
파스퇴르의 백조목 플라스크는 보이지 않는 원인을 비교할 수 있게 만드는 또 다른 방식이었다. 가열한 액체를 넣은 플라스크의 목을 길고 굽게 만들면 바깥 공기는 드나들지만 공기 중 입자는 굽은 부분에 걸린다. 액체를 공기와 완전히 단절하지 않고도 입자가 닿는 조건을 바꿀 수 있었다. 플라스크 실험의 설계 (새 창)
당시 자연발생설을 둘러싼 논쟁에서 공기를 차단한 실험은 반박을 받기 쉬웠다. 공기 중 생명에 필요한 무엇을 함께 막았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굽은 목은 그 반박을 더 좁은 질문으로 바꾸었다. 공기와 접촉한다는 조건을 남겨 두고, 먼지와 미생물이 액체에 도달하는 경로를 구분한 것이다.
이 실험이 오늘날 생명의 기원에 관한 모든 가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실험 조건에서 액체에 미생물이 나타나는 과정을 시험한 결과와, 오래전 지구에서 생명이 생겨난 조건을 묻는 문제는 범위가 다르다. 또한 액체가 오염되는 경로를 밝힌 한 실험만으로 모든 질병의 원인이 확인된 것도 아니다. 관찰할 수 없던 존재를 설명에 넣으려면 서로 다른 분야의 증거가 이어져야 했다.
백조목 플라스크 실험이 구분한 공기 접촉과 입자 유입을 표시했습니다. 실제 실험 도판이나 미생물 사진을 복제하지 않았으며 오늘의 의료 지침을 제시하는 그림도 아닙니다.
Biz2Lab 편집 개념도 · 원자료의 이미지나 실측 데이터 복제 아님
발견과 인과 판단은 다른 작업이다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보았다고 해서 그 미생물이 특정 질병의 원인이라는 결론이 바로 나오지는 않는다. 병이 생긴 뒤 늘어난 것일 수도 있고, 병과 관계없이 함께 있었을 수도 있다. 발견된 존재와 병의 관계를 시험하는 별도의 질문이 필요하다. 코흐와 동료들의 연구가 세균설에서 맡은 역할에는 이 인과 판단을 비교 가능한 절차로 만드는 일이 있었다.
같은 질병과 미생물의 관계를 관찰하고, 미생물을 따로 다루며, 그 관계를 다른 조건에서 다시 확인하려는 기준은 원인 주장에 부담을 부과한다. 이름을 붙인 것만으로 설명을 끝낼 수 없게 한다. 여러 연구자가 같은 기준을 공유하면 서로의 주장에 대해 무엇이 확인되었고 무엇이 남아 있는지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 기준을 예외 없는 규칙으로 고정할 수는 없다. 따로 배양하기 어려운 미생물도 있으며, 유전물질을 조사하는 방법은 과거와 다른 증거를 제공한다. 프레드릭스와 렐먼의 1996년 논문은 이런 변화 때문에 코흐의 기준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글에서 확인한 것은 논문 초록에 제시된 문제와 제안의 범위이며, 개별 질환에 대한 판정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인과 기준을 재검토한 논문 (새 창)
플라스크와 병동은 같은 실험이 아니다
플라스크에서는 목의 형태를 바꾸고 액체에 입자가 도달하는지를 비교할 수 있었다. 병동에서는 사람들의 몸과 업무, 시간, 환경이 함께 변한다. 두 관찰 모두 원인 후보를 좁히는 데 기여했지만 통제할 수 있는 조건과 결론의 범위는 다르다. 같은 모양의 성공 사례로 합치기보다, 각각 어떤 대안을 배제했는지 보는 편이 설명을 더 정확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절차를 바꾼 뒤 결과가 개선되었다는 관찰은 절차를 조사할 이유가 된다. 그러나 그 절차에 포함된 모든 요소가 같은 비중으로 작용했다는 결론까지 나오지는 않는다. 뒤의 연구가 전달 경로나 원인 물질을 더 세밀하게 구분하면 앞선 관측은 폐기되는 대신 다른 설명 속에서 위치를 얻을 수 있다. 관측보다 설명이 늦게 정교해지는 일도 지식의 역사에 포함된다.
오늘의 독자는 결과를 알고 있어서 당시의 불확실성을 사소하게 여기기 쉽다. 하지만 아직 원인을 확정하지 못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관찰을 무시하라는 요구도, 모든 추측을 받아들이라는 요구도 아니다. 다음 비교에서 무엇을 확인하면 판단이 달라질지 정하는 일이다. 이 질문을 남겨 두면 발견의 역사를 맹신이나 영웅숭배로 읽지 않을 수 있다.
지식이 넓히는 책임의 범위
세균설의 역사는 보이지 않는 원인을 발견한 뒤 사람들이 자동으로 올바르게 행동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관측을 해석할 도구, 비교할 절차, 설명을 전달할 언어가 함께 필요했다. 제멜바이스의 병동 관찰, 파스퇴르의 오염 실험, 특정 병원체를 다룬 연구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했다. 이 차이를 지워 한 사람의 순간적인 발견으로 묶으면 지식이 형성되는 과정을 단순하게 만든다.
병동으로 돌아가면 원인 지식은 진료를 받는 사람보다 진료를 조직하는 쪽에 더 많은 질문을 돌려준다. 해부실과 병동 사이를 오간 사람은 누구였고, 그 이동은 어떤 업무에 속했는가. 제멜바이스가 비교한 것은 여성들의 성품이 아니라 서로 다른 담당자와 작업이 놓인 두 병동이었다. 돕기 위해 마련한 장소 안에도 조사해야 할 전달 경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이 관찰의 불편함이었다.
그런 절차를 실행하려면 담당자의 주의뿐 아니라 작업 사이의 시간과 설비, 업무를 조정할 권한도 문제에 들어온다. 이것은 1847년 병동의 자원 부족을 새로 확인했다는 주장이 아니라, 그 관찰에서 오늘의 책임을 생각하는 방식이다. 위험을 줄일 조건을 마련하지 않은 채 현장 사람에게 주의하라는 말만 더하면 설명과 실행 사이가 비어 있다. 현미경이 넓힌 관찰의 세계에서 나온 지식은 병동의 동선과 일의 배치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보이지 않는 원인을 알아본 뒤에는 눈에 보이는 작업 공간도 설명 밖에 남겨 둘 수 없다.
직접 들여다볼 원자료
아래 자료의 근거를 연결해 구성한 에세이입니다. 자료에서 확인한 사실과, 이를 오늘의 질문에 연결하는 원고의 해석을 구분해 읽어 주세요.
- OpenStax, Foundations of Modern Cell Theory (새 창)
제멜바이스의 1847년 병동 관찰과 세균설 형성의 여러 연구자. 역사적 수치를 오늘의 위험도에 적용하지 않는다.
- OpenStax, Spontaneous Generation (새 창)
파스퇴르의 백조목 플라스크가 공기 접촉과 입자 유입을 구분한 실험 설계.
- Fredricks와 Relman, 코흐의 가설 재검토, 1996 (새 창)
병원체와 질병의 인과 관계를 판정하는 기준의 발전과 배양하기 어려운 미생물의 한계. PubMed 초록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