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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 역사 · 안티키테라 메커니즘

2천 년 전의 컴퓨터, 우리가 아는 과거는 얼마나 정확할까?

고대의 기계가 바꾼 것은 과거일까,
과거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일까.

내일 밤, 달은 어떤 모양일까. 손잡이를 돌려 그 답을 찾는 기계가 2천 년 전에 있었다면, 우리는 그 시대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안티키테라 메커니즘은 이런 질문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화면도 전자 회로도 없다. 남아 있는 것은 부식된 청동과 맞물린 톱니바퀴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이 장치를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하던 기계로 설명한다. ‘고대의 컴퓨터’라는 별명 (새 창)은 여기서 나온다.

별명은 흥미롭지만, 답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무엇을 계산했기에 컴퓨터일까? 그리고 부서진 조각만으로, 사라진 기계의 모습을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 바다에서 시작해 그 질문을 하나씩 따라가 보자.

이야기의 길 따라 7개의 장면

01 · 발견

바다에서 올라온 것은
답보다 질문에 가까웠다.

1900~1901년, 그리스 안티키테라 섬 근처에서 난파선이 발견되고 인양 작업이 진행됐다. 박물관은 장치의 제작 시기를 대략 기원전 150~100년, 배가 가라앉은 시기를 기원전 70년 무렵으로 안내한다. 정확한 제작 연도를 적은 보증서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유물과 난파선의 시간을 맞추며 얻은 범위 (새 창)다.

오늘날 금빛 복원도를 먼저 보면, 바다에서도 그런 기계가 나왔을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남은 조각은 훨씬 거칠고 불완전하다. 완성된 장치가 먼저 있고 조각이 그 설명을 뒷받침한 것이 아니라, 조각이 먼저 있었고 설명은 오랫동안 달라졌다.

박물관의 연구사에는 천체 관측 기구나 항해 도구라는 초기 해석, 달력 계산 장치라는 설명, X선과 CT를 활용한 연구가 차례로 등장한다. 같은 물건을 두고 왜 설명이 바뀌었을까? 겉으로 보이던 것만으로는 안쪽에서 무엇이 연결되어 있는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제 청동 표면의 얼룩보다 그 안에 반복되는 톱니의 모양을 보자.

02 · 계산

숫자를 쓰는 대신,
회전의 비율을 만들면?

톱니바퀴는 회전을 전달하면서 속도를 바꾼다. 원리만 보자면, 톱니 20개인 바퀴가 40개인 바퀴를 돌릴 때 작은 바퀴의 두 바퀴는 큰 바퀴의 한 바퀴가 된다. 이 숫자는 유물의 부품 수치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 비율을 설명하기 위한 간단한 예다.

여러 바퀴를 연결하면 더 복잡한 비율도 만들 수 있다. 관측한 하늘의 반복을 그 비율에 대응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달력을 눈으로 세는 대신, 손잡이를 돌릴 때 바늘이 다음 위치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장치는 ‘계산’한다. 아무 프로그램이나 실행하는 오늘의 컴퓨터와 같은 물건이라는 뜻은 아니다. 천체의 주기와 당시의 천문 이론을 기어에 담아 움직임으로 나타내는, 특정한 목적의 기계다. 달의 변화와 식의 예측을 보여 주는 장치 (새 창)라는 설명을 읽으면 별명이 조금 덜 막연해진다.

하지만 톱니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기능을 알 수는 없다. 어떤 바퀴가 무엇에 물렸는지, 어디로 회전이 전달됐는지 알아야 한다. 사라진 연결을 찾으려면, 조각을 깨뜨리지 않고 안을 볼 방법이 필요했다.

03 · 증거

기계가 말하기 시작한 순간은
겉을 더 잘 본 때가 아니었다.

2005년의 미세 초점 X선 CT는 남은 조각의 내부와 가려진 글자를 살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21년 논문은 이때의 연구로 뒷면 구조가 많이 밝혀졌지만 앞면은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았다고 설명한다. 논문이 다루는 유물은 82개 조각, 원래 장치의 약 3분의 1 (새 창)이며 부식된 청동 톱니바퀴 30개가 남아 있다.

CT는 잃어버린 부품을 만들어 내는 도구가 아니다. 남아 있는데 볼 수 없던 것을 드러내는 도구다. 기둥의 구멍, 판이 놓였을 자리, 안쪽에 남은 톱니. 하나씩 따로 보면 사소해 보이지만, 복원하는 사람에게는 “여기에는 이 크기와 형태의 부품이 들어가야 한다”는 제약이 된다.

논문 그림 4. A·D 조각의 사진과 CT가 위쪽 a–l에, 판과 금성 장치의 컴퓨터 재구성이 아래쪽 m–p에 배열되어 있다.

원본 도판 · 그림 4

사진과 CT, 그리고 그 증거를 바탕으로 만든 재구성. a–l은 유물 사진·표면 영상·CT, m–p는 컴퓨터 재구성입니다.
Freeth 외 (2021) · Tony Freeth · CC BY 4.0 (새 창) · 확대 화면은 원본 파일을 사용합니다.

사진과 CT, 그리고 그 증거를 바탕으로 만든 재구성. a–l은 유물 사진·표면 영상·CT, m–p는 컴퓨터 재구성입니다.

Freeth 외 (2021), 그림 4 · 도판 제작: Tony Freeth. 논문 원본 (새 창) · CC BY 4.0 (새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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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판을 위에서 아래로 읽으면 중요한 경계가 보인다. 위쪽의 사진과 CT는 남아 있는 조각을 보여 준다. 아래쪽의 금빛 판과 기어는 연구팀이 그 흔적을 설명하기 위해 재구성한 것이다. 둘은 연결되어 있지만 같은 종류의 증거는 아니다.

부품의 흔적만 있는 것도 아니다. 장치에 새겨진 글자는 어떤 하늘을 보여 주려 했는지 힌트를 준다. 금성과 토성에 관한 부분에서 읽힌 462와 442라는 수가 좋은 예다. 이것은 각 행성이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는 뜻이 아니다. 하늘에서 반복되는 행성의 움직임을 맞추는 장기간의 주기 관계 (새 창)와 관련된다.

맞물린 기어와 남은 글자. 이제 질문은 “이런 계산이 가능했을까?”에서 조금 더 까다로워진다. “그 계산을 이 좁은 장치 안에서 할 수 있었을까?”

04 · 재구성

아름다운 그림이 나오면,
수수께끼는 끝난 걸까?

2021년, UCL 연구진이 참여한 팀은 앞면에 고대 그리스의 우주를 표시하는 새 모델을 제안했다. 아래 그림은 그 모델의 컴퓨터 이미지다. 땅을 중심에 놓고, 달과 태양, 당시 알려진 다섯 행성의 움직임을 여러 고리로 나타낸다.

2021년 논문의 제안 모델. 중심의 지구와 달, 행성을 표시하는 여러 동심원과 바늘로 구성된 금빛 원판.

원본 도판 · 그림 7

2021년 연구팀의 제안 모델. 지구를 중심에 둔 우주 표시판의 컴퓨터 이미지이며, 발굴된 유물의 사진이 아닙니다.
Freeth 외 (2021) · Tony Freeth · CC BY 4.0 (새 창) · 확대 화면은 원본 파일을 사용합니다.

2021년 연구팀의 제안 모델. 지구를 중심에 둔 우주 표시판의 컴퓨터 이미지이며, 발굴된 유물의 사진이 아닙니다.

Freeth 외 (2021), 그림 7 · 도판 제작: Tony Freeth. 논문 원본 (새 창) · CC BY 4.0 (새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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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의 목표는 그럴듯한 장식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판과 기둥의 흔적에 맞아야 하고, 비문에 적힌 설명과도 어긋나지 않아야 하며, 필요한 기어가 실제 공간 안에 들어가야 했다. 서로 다른 단서가 한 구조 안에서 함께 설명되는지가 핵심이다.

따라서 이 그림에서 볼 것은 금빛의 정교함만이 아니다. 남은 흔적이 어느 부분을 정했고, 어느 부분은 연구자의 선택으로 채워졌는지도 봐야 한다. 논문이 제시한 것은 증거에 맞추려는 2021년 제안 모델 (새 창)이지, 발견 당시 그대로의 기계 사진이 아니다.

손으로 만들어 보는 일은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도면에서 맞는 구조가 실제 재료와 공구를 만나도 움직일까?

05 · 빈칸

정교한 모델일수록,
빈칸도 함께 봐야 한다.

2021년 논문은 태양과 일부 행성의 기어 구조에 직접 남은 증거가 없어서 이론적 장치를 설계해야 했다고 밝힌다. 표시판의 모든 세부가 똑같은 확실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가령 논문의 ‘용의 바늘’은 달 궤도의 교점을 표시하는 요소다. 연구자들은 이 기능에 직접적인 물리적 증거가 없는 만큼, 자신들이 더한 가설적 요소 (새 창)라고 명시한다. 그림에 선명하게 그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유물에서 확인된 부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UCL의 당시 발표도 고대의 제작 기술로 이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 검증하는 일이 남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서로 안에 들어가는 관을 만드는 문제가 언급된다. 이것은 2021년 발표 당시의 과제이지, 이후 모든 연구의 현재 상태를 단정하는 문장이 아니다.

제작자의 이름, 정확한 제작 장소, 기술이 이어지거나 사라진 경로도 이 자료들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빈칸을 보면 이야기를 붙이고 싶어진다. 어떤 비밀이 묻혔을 것 같고, 어느 사건이 모든 것을 끊었을 것 같다. 하지만 남은 기어가 말하지 않는 원인까지 대신 말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장치의 매력은 “고대에는 무엇이든 가능했다”는 선언보다, 어느 설명이 어떤 흔적을 견디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 다음 증거가 나오면 모델은 다시 바뀔 수 있다. 그 가능성이 모델의 가치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06 · 오늘의 질문

우리가 아는 과거는,
얼마나 남아 있는 과거일까?

처음에는 고대의 기계가 놀랍다. 끝에 가서는 그 기계를 알아보는 데 걸린 시간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같은 조각이라도 어떤 도구로 보고,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설명이 시작될 수 있다.

안티키테라의 톱니가 역사를 전부 다시 쓰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쉽게 그려 온 장면을 한 번 더 보게 한다. “그 시대에는 이런 것은 없었을 거야”라는 생각은, 무엇이 없었다는 증거에 기대고 있었을까.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정말 존재하지 않았다는 판단 사이에는 얼마나 큰 틈이 있을까.

다음에 과거에 관한 자신만만한 이야기를 만나면, 한 가지를 물어볼 수 있겠다. 이 설명은 남아 있는 무엇에서 시작했고, 어디부터 빈칸을 채우고 있을까? 2천 년 전의 기계는 그 질문을 오늘도 움직이게 한다.

이야기 뒤의 자료

직접 들여다볼 원자료

이 글은 아래 자료를 비교해 새로 구성한 에세이입니다. 영상의 번역이나 줄거리 요약이 아닙니다. 사실 설명과 별도로, 질문을 잇는 문장과 맺음말에는 이 원고의 해석이 담겨 있습니다.

  1. Freeth 외, Scientific Reports (2021) (새 창)

    A Model of the Cosmos in the ancient Greek Antikythera Mechanism. 물리적 증거와 앞면의 제안 모델을 확인한 논문. 2021년 8월 저자 정정이 반영된 본문을 사용했습니다.

  2. 그리스 국립고고학박물관 · 연구의 역사 (새 창)

    제작·난파·발견 시기와 연구 방법의 변화를 확인한 소장 기관 자료입니다.

  3. UCL · 모델 발표 (2021.03.12) (새 창)

    2021년 연구의 설명과 당시 남아 있던 제작 가능성 검증 과제를 확인한 대학 발표입니다.

  4. Clickspring · Antikythera Mechanism Episode 1 (2017) (새 창)

    제작자가 공개한 제1편 설명에서 현대 재현 프로젝트의 계획을 확인했습니다. 2017년 영상이며, 2021년 UCL 제안 모델의 제작 기록과 구분합니다.

도판: Freeth, T., Higgon, D., Dacanalis, A., MacDonald, L., Georgakopoulou, M. & Wojcik, A. (2021), Scientific Reports 11, 5821, 그림 4·7. 도판 제작 Tony Freeth. 논문은 CC BY 4.0이며 두 도판에 별도의 이용 제외 표시는 없습니다. 유물 사진·CT와 모델의 구분 및 변경 내역은 각 그림 아래에 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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